유리구두
  
 작성자 : HeavenArtist
작성일 : 2018-03-30     조회 : 772 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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유리구두


거리를 지나가고 있는데 구둣가게 쇼윈도에 투명한 유리구두가 놓여있는 게 보였습니다.
그 구두를 보니 피식~하는 웃음이 저도 모르게 새어나왔고 어릴 적 기억이 떠올랐습니다.

초등학교를 다니던 8살 때였습니다.
대부분의 여자 어린이가 인형을 좋아하지만 저도 어릴 적에 유달리 바비인형을 좋아했습니다. 
그래서 용돈이 생길 때마다 바비인형 옷, 액세서리 등을 하나씩 사 모았고, 
어느 새 제 보물 상자에는 바비인형과 관련된 물건들이 가득 차게 되었습니다.
예쁜 공주님 스타일을 좋아했던 여자 어린이의 전형적인 모습이었습니다.
문방구를 지날 때마다 새로 나온 바비인형 옷, 구두, 액세서리에 눈을 떼지 못했고, 
원하던 것을 하나씩 살 때마다 세상을 다 가진 듯 너무 행복해 했습니다.
바비인형 신발들 중에는 제가 젤 아끼는 구두가 있었는데, 반짝이가 섞인 투명구두였습니다.
플라스틱으로 만든 유리 느낌의 구두였는데 신데렐라 동화에 나오는 유리구두 같았습니다.
작은 제 손바닥에 유리구두 한 켤레를 올려놓고 이리저리 돌려보며 무척이나 좋아했습니다.
공주님이 되고 싶은 마음에 어느 날부터 유리구두가 너무 신고 싶어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.
‘아~ 이 구두가 커져서 내 구두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? 아~~그렇게 되면 정말 좋은데...
기도하자! 기도하면 주님이 뭐든 들어주신다 했으니까 기도하자!’
그래서 모자이크로 된 예수님 그림 액자 앞에 그 구두를 놓고 이렇게 기도했습니다.
“주님~~ 이 유리구두가 너무 예뻐요. 이 구두가 커지게 해 주시면 안 될까요? 
이 구두를 꼭 신고 싶어요. 주님은 뭐든 할 수 있으니 이 구두가 제발 커지게 해주세요.
○일까지 기도할 테니 다음 날 제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그 구두가 커져 있게 해주세요.” 

한 달 가까이 기도했는데, 얼마나 간절했는지 작은 제 손바닥에 땀이 맺힐 정도였습니다.
기도를 할수록 꼭 그렇게 될 거라는 믿음이 강해졌고 점점 기대가 되었습니다.
정한 날까지 기도를 하고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방문을 열었습니다.
그런데 예수님 그림 앞에 놓인 유리구두를 보는 순간, 털썩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습니다.
전혀! 조금도! 절대! 구두가 커지지 않았습니다.
구두를 신고 공주님처럼 긴 치마를 휘날리며 웃는 모습을 상상했는데 너무 실망스러웠습니다.
주님은 뭐든 할 수 있는 전능자인데 왜 내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았을까 의문이 들었고,
충격과 실망감에 풀이 죽어서 꽤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.

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그 모습이 귀엽기도 하지만 참으로 어이가 없었습니다.
그 때의 유리구두 사건을 떠올리면서 한 가지 연상되는 기억이 있었습니다.
대학교 때 한 친구와 얘기를 나눴는데, 그 친구는 가족 모두 교회에 열심히 다니다가 
지금은 교회를 다니지 않고 하나님도 더 이상 믿지 않는다고 얘기했습니다. 
앞으로도 절대 하나님을 믿지 않을 거라고 아주 단호하게 얘기했습니다.
이유는, 암에 걸린 엄마를 주님이 살릴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가족 모두 눈물로 기도했는데  
기도를 들어주시지 않아서 엄마가 결국 돌아가셨다는 이유였습니다. 
‘육신을 살릴 수 없는 상황이라 하나님은 그 영을 더욱 좋은 곳으로 인도하심으로 그 기도에 응답하셨을 텐데...’
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.
아무리 하나님이 전능하셔도 법칙 안에서 이루어주시는 게 많은데, 
기도하면 무조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고, 기도대로 안 되면 실망하는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.
겉모습은 어른이고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했어도 마음과 생각이 어린 신앙인들이 많습니다.
법칙을 벗어난 기도는 이루어질 수 없고, 하나님 뜻이 아닌 기도도 이루어질 수 없고,
어떤 기도는 더 좋게 이루어주시려고 다른 길로 방향을 틀어 인도해주시기도 하는데,
맹목적인 믿음으로 하나님을 오해하고 신앙도 상실하게 된다면 너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.

지금 와 생각해보니, 비록 유리구두가 커지게 해 주시진 못했어도
제 영에게 그 구두와 똑같이 생긴 예쁜 유리구두를 선물해 주셨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.
천국 제 집, 신발장에는 아마 그 구두 한 켤레가 빛나게 반짝거리고 있지 않을까요?^^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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